박지현 서울대 미래혁신연구원 전기안전 보호소자연구센터 수석연구원(前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교육 현장의 디지털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국가 교육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이다. 2020년 팬데믹 이후 ‘디벗’, ‘아이북’ 등 시도교육청별 1인 1디바이스 보급 사업이 빠르게 확산되었고, 과학·정보 교육 및 방과 후 활동에서 드론, 로봇 등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실습 교구 활용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학교는 사실상 “대규모 리튬이온 배터리 운용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비해 전기안전 및 배터리 화재 대응 체계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명백한 안전 공백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편의성으로 인해 교육용 디바이스의 핵심 전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새로운 유형의 화재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화재는 약 2400건에 달하며, 재산 피해는 1300억 원을 초과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학교와 같이 다수의 기기가 밀집되어 동시에 충전되는 환경에서는 사고 발생 시 연쇄적 화재 확산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학교 전력 및 충전 인프라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우선 첫 번째로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전력 인프라 설계의 한계다. 기존 학교 건축물은 대규모 동시 충전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로 인해, 충전 보관함 다중설비 가동 시 전압 강하, 과부하, 차단기 트립 현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두 번재는 전문 관리 체계의 부재다. 충전 및 보관 관리가 교사 및 행정 인력 등 비전문가에 의해 이뤄지면서 과충전 방지, 노후 전선 관리, 설비 점검 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세 번째는 화재 확산 방지 설계의 미흡이다. 현재 사용되는 일반 금속형 충전함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thermal runaway) 상황에서 발생하는 800~1,000°C 이상의 고온을 차단하지 못하며, 오히려 인접 셀로 화염을 확산시키는 구조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여기서 알아야 할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의 본질은 ‘진압’이 아니라 ‘격리’에 있다는 사실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일반 화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산소 차단만으로 진압이 어렵고, 내부 화학 반응에 의해 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특성을 가진다.
특히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면 인접 배터리로 연쇄 전이되는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단일 화재가 대형 화재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문제는 ‘소화’의 문제가 아니라 ‘열 및 화염의 확산을 얼마나 초기에 차단하느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때문에 이제는 방화구획 기반 충전 인프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서울대학교 전기안전보호연구센터는 학교 전기안전 체계의 핵심 전환 방향으로 ▲배터리 단위 격리 구조 적용 ▲열폭주 초기 단계 감지 시스템 구축 ▲셀 단위 방화구획형 충전 보관 시스템 도입 ▲온도·전류·가스 복합 감지 기반 조기 경보 체계 ▲자동 전원 차단 및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 적용 등을 제안한다.
여기서 핵심은 화재 발생 이후 대응이 아니라, 열폭주 초기 단계에서의 차단 및 격리다. 이는 대형 화재를 예방하는 가장 현실적인 기술적 접근이다.
디지털 교육은 단순히 디바이스 보급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디바이스가 안전하게 충전되고 운영될 수 있는 전기안전 인프라가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즉, 디지털 교육은 교육 콘텐츠 및 디바이스 보급과 전기안전 및 배터리 보호 인프라 구축이라는 두 축의 균형 위에서 완성된다.
이 중 하나라도 결여될 경우, 디지털 교육은 잠재적 위험 인프라로 전환된다.
때문에 전기안전 관점에서 ▲학교 충전 인프라 전기안전 기준의 국가 표준화 ▲리튬이온 배터리 전용 화재 대응 가이드라인 제정 ▲충전 설비 안전 인증제 및 성능 기준 도입 ▲학교 단위 배터리 안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의무화 ▲노후 전기설비 전면 진단 및 개선 사업 추진 등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디지털 교육의 확산은 미래 교육 혁신의 핵심 동력이다. 그러나 그 기반이 되는 전기안전 및 배터리 보호 체계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교육 혁신은 새로운 형태의 안전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디바이스 보급의 확대가 아니라,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인프라 설계의 전환이다. 검증된 전기안전 기술과 시스템 기반 보호 체계를 통해 ‘화재 없는 디지털 교실’을 구축하는 것, 그것이 안전한 미래 교육의 출발점이자 필수 조건이다.